“엄마. 나도 갈래.”아이가 태권도 캠프 이야기를 꺼냈을 때 처음에는 조금 놀랐습니다. 1년 전만 해도 태권도장에서 가는 수영장도 무섭다고 안 가려고 했던 아이였거든요. 물놀이도 낯선 곳도 겁이 많아서, 저는 이번에도 당연히 안 간다고 할 줄 알았습니다.그런데 4학년이 되고 친구들과도 많이 친해지더니 이번에는 자기도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친구들도 다 가고, 처음이니까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하는데 그 말이 왜 그렇게 기특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맨날 엄마 껌딱지 같던 아이가 조금씩 자기 세상으로 걸어 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방학이 되면 아이들은 신나지만 엄마 마음은 오히려 바빠지는 것 같습니다. 밥도 챙겨야 하고, 학원 일정도 봐야 하고,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아이들까지 신경 써야 하니까요. 그런 와중에..
“그것밖에 안 받아?”시누이들과 식사하다가 한의원에 다시 취업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면접에 합격했다는 말까지는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저도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제 공고를 계속 뒤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놓였고, 다시 한의원 쪽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급여 이야기가 나오면서 마음 상하는 일이 생겼어요. 세전 240만 원 정도라고 말했더니 “그것밖에 안 받아?”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냥 지나가는 말이었을 수도 있고, 걱정돼서 한 말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습니다.집에 와서도 시누이들의 말이 체한 것처럼 속에 남았습니다. 정말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걸까. 너무 적은 급여를 받고 일하려는 걸까. 합격했다는 ..
아이 진료 때문에 이비인후과에 간 날이 있었습니다. 접수를 하자마자 직원분이 “대기 1시간은 기본이에요”라고 말했어요. 뭐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그 병원은 늘 대기환자가 많았고, 저도 어느 정도 기다릴 생각은 하고 갔으니까요.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미리 알려준 건 맞는데, 말투가 너무 당연하다는 식으로 들렸어요. “기다릴 거면 기다리고, 아니면 말고”까지는 아니었겠지만, 아이가 아파서 간 보호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껴졌습니다.그날 대기실에 앉아 있으면서 예전에 제가 병원과 한의원에서 일하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저도 접수대에 서 있을 때 바쁘면 말을 짧게 했던 날이 있었고, 환자분이 불편해하는 상황에서 이유부터 설명했던 적도 있었어요. 직원일 때는 몰랐던 부분이 환자 보호자 ..
두 달 동안 제가 이력서를 낸 곳만 세어보면 약 50곳 정도 됩니다. 병원과 한의원뿐 아니라 회사 사무직, 고객센터, 매장 관리처럼 업무가 다른 곳에도 지원했어요. 그렇다고 같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50번 그대로 보낸 것은 아니었습니다.병원에는 병원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앞에 배치했고, 사무직에는 예약 관리와 문서 정리, 고객 응대 경험이 먼저 보이도록 내용을 바꿨어요. 고객센터에 지원할 때는 상담과 설명 경험을 강조했습니다. 제 경력은 그대로였지만 지원하는 곳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은 매번 달랐기 때문입니다.처음에는 이력서를 많이 내면 그만큼 면접 기회도 늘어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여러 공고를 확인하고 실제 면접도 보면서, 지원 횟수보다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서류에 적힌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
면접 결과는 5일 정도 뒤에 알려주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면접을 보고 돌아온 뒤에도 괜히 앞서 기대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아직 며칠이나 남았으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평소처럼 지내자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결과를 기다리기로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원장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그것도 제 생일날이었어요. 합격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도 기뻤지만, 원래 말씀하셨던 날짜보다 일찍 연락한 이유를 듣고 나니 기쁨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저와 함께 일하고 싶어서 미리 연락을 주셨다고 하시는데, 너무 감사해서 연신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했던 것 같아요.ㅎㅎ 요즘 제 핸드폰에는 채용 공고 알림이나 처음 보는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가 많았지만, 그날 받은 전화는 끊고 난 뒤에도 몇 번이나 통화 내용을 떠올려 보게 되는 전..
가끔 남편은 제가 아이들을 너무 끼고돈다는 식으로 말할 때가 있어요. 그 말을 들으면 웃고 넘길 때도 있지만, 어떤 날은 마음이 조금 서운합니다. 내가 정말 아이들을 너무 붙잡고 있는 걸까. 이제는 조금 내려놓아도 되는데, 나 혼자 불안해서 그러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는 그냥 아이들을 내 옆에만 두고 싶은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받았던 그 시간을 아이들에게도 조금은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가 있고, 밥이 있고,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할 수 있는 그런 시간 말입니다.저는 어릴 때 엄마가 집에 항상 계셨어요. 제가 중학생쯤 되었을 때부터 일을 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전까지는 집에서 저희를 챙겨주셨습니다.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 엄..
